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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꼬나보기

한인 천재소녀 하버드 사건을 보며 - 아픈 한국의 표상

하버드대와 스탠포드대에 동시에 합격하고, 

그 학교들이 2년씩 나눠서 다닐 수 있도록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는 한인 천재소녀 김모양의 소식에 온 나라가 들썩거렸는데요,

합격통지서의 조작 정황이 나오고, 관련 학교들이 전면 부인하면서 김양의 자작극으로 밝혀졌습니다.



얼마 전 CBS와 직접 인터뷰를 통해, 

합격하게 된 과정, 마크 주커버그와 통화한 일화, 공부에 대한 조언 등을 태연히 하는 

"한인 천재소녀(키워드 꼬라지 봐라...)" 김양의 모습을 보며,



"소름끼친다, 미친 것 같다, 나라망신이다" 



별별 말이 다 도는데요,


 



그냥 슬펐습니다 저는. 

너무 안돼보였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할 수 없게 돼버린, 

존재의 이유를 합격증에서 찾을 수밖에 없게 된,

19살짜리 어린 아이의 모습이 너무 슬펐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모든 초등학생들이 그러하듯 저도 공부를 잘 하는 초등학생이었습니다만..)


객관식 시험에서 제가 1번이라고 쓴 것이 정답이 4번이라 틀린 적이 있습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채점한 시험지를 나눠주고 잘못된 것 있는지 확인하라고 했거든요.

순간적으로 뭐에 홀렸는지 연필로 '1'을 '4'로 바꿔버립니다.

1을 4로 바꾸는게 얼마나 쉬운지는 해보시면 압니다...


그리고 선생님께 가져갔죠.


"잘못 채점하셨네여."


그런데 며칠 전에 쓴 1은 연해지고 제가 방금 조작한 4는 진하지 않겠습니까?

선생님이 돋보기까지 들이대며 저를 추궁하셨고 저는 실토했지요.


선생님이 저를 비난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분명한건 오래 전에 있었던 수많은 일들이 대부분 기억나지 않을텐데, 

저 일만큼은 너무나 생생히 기억난다는 거죠.


생각날 때마다 부끄럽고. 그 때의 어린 내가 불쌍하고.

그 아이에게도 큰 상처로 남을 겁니다.

김양도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몰랐겠죠.

가족에게, 친구에게 자랑스럽고 싶어서 시작한 거짓말이,


뭐 어디 천재 하나 났다, 영웅 하나 났다 싶으면 

미친듯이 달려드는 한국 언론의 소용돌이에 본인도 모르게 리플리가 됐을 겁니다.

연일 천재소녀를 찬양하던 언론은 

'수학천재의 몰락', '천재소녀의 사기극'이라는 제목으로 확인사살에 여념이 없네요.

(리플리 : 허구의 사실을 진실이라 믿는 반사회적 인격장애)

▲ 영화 리플리 리뷰도 한 번 다루겠습니다...(살짝 샛길)

좋은 학교를 가지 못하면, 대기업에 취직을 하지 못하면, 사업에 성공하지 못하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되는 나. 

그리고 그게 당연한 듯 무심하게 계속 공격해대는 세상.


있는 그대로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어떤 삶을 살아도, 어떤 실수를 해도,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한다고 말해주었다면 어땠을까요.

(그게 뭐 진심으로 느껴져서 아 ㅅㅂ 내가 이러지 말아야지 하게 된다는 보장은 1도 없지만...)


김양의 아버지는 딸을 '아프다'고 표현했지만,

그 아픈 딸이 우리나라가 얼마나 아픈지를 보여주는 작은 상징의 하나라는 느낌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 한 줄 요약

천재소녀 불쌍. 우리나라도 불쌍. 우리 모두 불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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