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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의 영화추천

브이 포 벤데타 (V for Vendetta) 리뷰 - 두려움을 직면할 용기

브이 포 벤데타 (V for Vendetta), 2005

감독 - 제임스 맥티그

각본, 제작 - 앤디 워쇼스키, 라나 워쇼스키 등

주연 - 휴고 위빙, 나탈리 포트만


FOR

> 세상 뭐 같고 대리만족이 절실한 사람

> 뭔가 해결해야 하는데 두려워서 주저하는 사람

> 리더십 있고 목소리 낮은 남자 성애자 (얼굴은 아예 안봐야 됨)

> 나탈리 포트만 팬


NOT FOR

> 매트릭스 재밌었으니까 무조건 재밌을 거라 믿는 사람

> 화려한 액션, 특수효과 기대자

> 미래가 배경이니까 SF 영화인줄 아는 사람

> 나탈리 포트만 팬이긴 한데 벗었으면 싶은 사람

2040년. 

세계 3차대전이 끝나고 서틀러 의장의 독재와 

그 압제 아래 피해자 중 하나였던 V가 세상에 복수하는 이야기.


2015년의 대한민국은 군사정권 때처럼 끌려가서 고문받는 일도 없고,

빨갱이라는 덫을 씌워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버리는 일도 없고,

정치적 견해를 얼마든지 얘기해도 (적어도 겉으로는) 괜찮은데,


개봉한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왜 브이 포 벤데타가 새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까요.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말합니다.


"유럽이니까 저걸 미래라고 하지. 우린 옛날에 다 겪은 일이야"

"역시 독재는 위험해. 전체주의는 위험해"

"정치와 종교가 썩긴 썩었구만"


저렇게 '나쁜 놈'들을 욕하기 좋게 만들어 놓은 영화인데,

그럼에도 평온한(?) 세상을 사는 

오늘 이 영화가 자꾸 거론되는건,


"지금 이 세상이 이 꼬라지가 된 것은 바로 당신. 

당신이 아무 것도 하지 않아서 그렇다."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하는 V의 목소리가 

계속 우리의 머리를 맴돌기 때문이 아닐까요.

(세월호 까는 거 아님, 메르스 까는 거 아님, 위기관리 능력 없다고, 아무 것도 안 한다고 까는 거 아님. 진짜 아님.)


V가 싸움을 잘하긴 하지만 화려한 액션 신 따위 거의 없고,

미래가 배경이라는데 스마트폰은 둘째치고 컴퓨터 모니터가 졸라 크고,

만화가 원작이라 그런지 스토리의 개연성이 다소 떨어지지만.


영화는 그런거 별로 처음부터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고 싶은 말 하려면,

그 정도 미래는 설정해 둬야 특정 인물이 난리치지 않을 것 같다..정도?


영화 내내 V의 말과 행동으로 관객에게 말할 뿐입니다.


"깨어 있으라, 깨어 있으라, 깨어 있으라."

"직접 자유를 얻으라."

어쨌든 영화는 지금의 우리 세상과 묘하게 겹칩니다.

비판의 목소리는 숨어들고 앵무새같은 이야기만 하는 주요 언론,

TV를 믿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행동할 의지나 기력은 없는 국민.


그나마 영화는 V가 짜잔 하고 나타나 시민들의 영혼을 울리지만,

실제 세상에서는 우리 각자가 V가 되는 것 외엔 사실 노답 아닌가 싶고..

조금 더 나가보자면,

이 영화는 정치가 뭐같다, 대중들이여 깨어나라,를 넘어서


'두려움에 대한 극복'을 말하고 있습니다.


직장 상사의 부당한 요구에 당당하기 두려움,

사랑이 끝난 것에 대해 말하기 두려움,

친한 친구에게 범한 실수를 말하기 두려움,

학교 또는 회사에서 겪은 실패에 직면하기 두려움.


두려워서 하는 포기들 때문에 우리는 더 많은 걸 잃고 있지 않나요.


영화적으로 매우 세심하고 치밀하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고자 했던 영화의 의도가 저에게는 그대로 먹혔습니다.


리오의 별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