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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의 영화추천

비포 선라이즈 (Before Sunrise) - 20주년에 바치는 헌사

비포 선라이즈

(Before Sunrise), 1995

감독 - 리처드 링클레이터

주연 - 에단 호크, 줄리 델피


FOR

> 소개팅할 때 뭐 말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남녀

> '우린 뭔가 통해' 기술 습득 희망자

> 커피숍에서 옆 커플 대화 즐겨 엿듣는 사람

> 옛 추억으로 새 힘을 얻고자 하는 사람


NOT FOR

> 기승전결이 없으면 찝찝한 사람

> 사랑보다 국가의 안위와 미래가 걱정인 사람

> 원나잇 영화인줄 아는 사람

> 말 많은거 질색인 사람 

비포 선라이즈가 올해로 개봉한지 20년이 됐네요.

Favorite of Favorites.

비포 선라이즈에 대한 후기는 

가급적 피하고 싶었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편애가 

리뷰보다는 간증이 될까봐.


그나마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보다 

열 살을 더 먹었고,

열 번을 더 봤기에,

최대한 차분히 한 번 얘기해볼게요.


비포 선라이즈는 

가수 이적이 동명의 곡을 발표하기도 했고,

라디오 프로그램의 제목으로 

쓰이기도 할 만큼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작품입니다.

20년이 된 영화가 

아직까지 힘을 발휘하고 있는 이유가 뭘까요?

어찌 보면 당연하다 싶어요.


낭만의 추억은

나이가 들수록, 세월이 흐를수록

아름답고 아련하게 남습니다.


비포 선라이즈를 처음 보았던 관객들이

30대, 40대가 되면서

제시와 셀린느의 추억이 곧 내 추억이 됐고,

사라지지 않는 소중한 기억이 됐어요.


낭만이 그리울 때,

삶이 진부할 때.

비포 선라이즈는 

불현듯 떠오르는 내 추억이 됐습니다.

비포 선라이즈는 그런 영화입니다.

 

1995년의 20대가 나눈 추억이지만,

2015년의 20대가 나눠도 

동일한 추억을 줄 거예요.


처음 만난 두 남녀가

옆자리 부부를 같이 까거나, 

전공이 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외적인' 대화를 나누다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나, 

가족에 대한 불만 같은

'내적인' 대화를 나누며

가까워지는 모습.


이건 우리 누구나가 만나는 

'낭만'의 흔한 풍경입니다.

▲ 3편인 '비포 미드나잇'에서. 18년 지난 모습치고 잘 늙지 않았습니까? 왜 슬퍼함?


비포 선셋과 비포 미드나잇을 

9년 간격으로 거치면서

싱싱하고 짜릿했던 추억이 

현실에서 사라지는 안타까움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린 날 두 사람이 나눴던

짧지만 강렬한 추억은 

사라지지도, 부정되지도 않습니다.


잊고 살던 설렘이 그리울 때,

한 번씩 꺼내보세요.

내가 나이를 먹을수록,

추억을 겹겹이 쌓을수록

또다른 맛을 주는 작품입니다.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이에게도,

익숙해진 사랑에 편해진 이에게도

비포 선라이즈는 

바로 내 추억으로 다가옵니다.

에단호크와 줄리 델피는 

20년 사이 많이 늙었습니다.

우리도 20년을 더 살았습니다.


하지만 제시와 셀린느는, 

20년 전 그대로 남아있고,

우리의 낭만도 

20년 전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오늘의 추억이, 

내일을 사는 당신에게 선물이 될 거예요.


리오의 별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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