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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스포츠 이야기

수사반장 김상순 별세, 그가 출연한 주요 작품들

배우 김상순씨가 향년 78세에 폐암으로 별세하였습니다. 




어릴 때 푸근한 인상에 여성스런 이름을 가져서 웃었던 기억이 나는데, '사람좋은 아저씨'의 전형적인 얼굴상으로 다양한 드라마에서 선한 연기를 많이 보여주셨던 분이라 그런지, 왠지 그의 사망은 유달리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얼굴을 가졌기에 히트작인 <수사반장>에서도 그는 받쳐주는 역할로 18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그의 '스타성 없는' 외모는 어떤 작품에 들어가도 자연스럽게 그 작품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었습니다. 


대단한 내면연기를 펼칠 역할도 기회도 없었지만, 김상순은 항상 그의 약한 캐릭터를 대체할 수 없는 포근함으로 감싸는 힘이 있었습니다.


"스타는 실력이 없어도 될 수 있지만 배우는 실력이 없으면 될 수 없다"는 명언을 남겼던 김상순씨의 주요 작품을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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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사반장 (1971~1989)

매주 일요일 저녁, 무려 18년간 880부작으로 방영된 수사반장. 최불암을 스타덤에 올려놓았던 이 작품에서 김상순은 형사 4인방의 일원으로 작품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했습니다. 함께 출연했던 조경환,남성훈씨 모두 이미 고인이 되신터라 최불암씨는 김상순씨의 사망에 "형사들이 모두 떠나 가슴이 저리다"는 말로 동료의 사망을 안타까워 했습니다.

탄탄한 시스템으로 장기 시즌을 이끌어가는 미국 드라마조차도 18년간 방영됐다는 역사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기껏해야 시즌10으로 마무리된 <프렌즈> 정도 떠오르는데 쪽대본과 생중계식 촬영에 익숙해 있던 한국 방송 시스템 하에서 이런 역사를 만들어냈다는건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지요.

한국의 콜롬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최불암은 대스타가 되고, 이후 <경찰청 사람들> 등의 프로그램의 오마쥬가 되기도 했습니다.






2. 대추나무 사랑걸렸네 (1990~2007)

<수사반장>이 끝난 바로 이듬해 시작된 <대추나무 사랑걸렸네>. 김상순씨는 <대추나무 사랑걸렸네>의 1기라 할 수 있는 1990~1998년 출연해 주연으로 활약합니다. 장수드라마의 연이은 캐스팅은 운이 좋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만큼 그가 질리지 않는 배우라는 살아있는 증거이기도 하지요. <대추나무 사랑걸렸네>는 17년간 852부 방영되며 한국 장수드라마의 획을 그었고, <전원일기>와 더불어 농촌 드라마의 양대산맥으로 자리하게 됩니다.

이른바 '황놀부'라는 별명의 고지식한 아버지 역할 황민달을 맡았고, 당시 새파란 신인이었던 고현정씨의 아버지여서 뒤늦게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이런 얼어죽을"이라는 대사는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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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4공화국 (1995~1996)

김영삼의 당선으로 문민정부가 들어선 1993년, <제3공화국>의 방영은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일으킵니다. 그의 후속작으로 방영된 <제4공화국>은 사실 전작의 성공에 숟가락을 얹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요. 그는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의 관련자로 지목돼 고문받고 사형판결까지 받은 김계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역할을 맡았습니다. 존재감 있는 역할은 아니었지만, 뭔가 억울한 일을 당하는 캐릭터로는 김상순만한 캐스팅도 없다는 것이 제 사견입니다 ㅎㅎ. 이 드라마는 박정희 시해사건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기 때문에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역할을 맡았던 박근형, 차지철 경호실장 역의 이대근 등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축이 됩니다.



4. 명성황후 (2001~2002)

중간에 주인공이 바뀌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일어났던 드라마 <명성황후>. 인기를 끌던 드라마가 연장 결정을 하자 주연이었던 이미연이 반발해 중도하차하고, 최명길로 바뀌어 약 50부를 더 끌어갔지만 마무리는 썩 좋지 못했던 작품이지요. 김상순씨가 여기도 나왔습니다. 무려 1인 2역으로 말이죠. 강화도 조약 체결 전 '조두순' 역할을 맡았고(그 조두순 말고..), 조두순이 사망한 이후 시점에 다케조에 신이치로 역할로 다시 나타납니다. 얼마나 존재감이 없었길래 한 드라마에서 아예 다른 두 역할을 맡아도 모를까 싶겠지만, 김상순이 조연 연기자로서 얼마나 가치있는 인물인가를 반증해 주는 사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후 <영웅시대>,<신돈> 등에 출연했던 그는 2006년을 끝으로 연기활동은 접습니다. 이후 일부 영화에 특별출연을 하기는 하나, 주로 후배 양성을 비롯한 원로 역할에 충실합니다.


"모두 건강하라"는 말로 생을 마감한 김상순씨. 생전 암의 고통에 대한 우회적 표현일 수도 있겠고, 남은 가족들에 대한 염려를 담은 말일 수도 있겠지만, 건강한 연기를 보여줬던 그의 생전 모습이 생각나며 저 말이 새삼 참 따뜻하게 느껴지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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