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꼬나보기

심학봉 탈당 선언으로 보는 새누리당 성추행 역사

성폭력 의혹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심학봉 의원이 탈당을 선언했습니다. 심학봉 의원은 3일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모든 것이 제 부주의와 불찰로 일어난 일"이라며 "더 이상 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오늘 새누리당을 떠나고자 한다. 경찰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구경찰청은 피해 여성에 대한 조사를 끝냈고 조만간 심 의원을 소환하겠다고 했습니다. 피해 여성은 성폭행에 대한 진술을 현재 번복한 상태이고, 심의원은 성관계는 있었으나 성폭행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합의 시도가 의심되는 부분이죠.




성추문 사건 → 탈당 선언 → 합의 또는 무혐의 처분 → 무소속 총선 출마 → 슬그머니 복당


거의 이쯤되면 피타고라스 정리나 삼각함수 못지 않은 공식인 것 같습니다. 색한국당, 색나라당, 색누리당으로 이어지는 국내 최고의 보수정당 의원들의 지난 10년간 넘치는 여성 사랑의 역사를 한 번 기념해 정리해볼까 합니다.


2005년 정형근 의원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서울의 한 호텔 객실에서 40대 여인과 함께 있는 장면이 방송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두 자녀를 둔 유부녀로 알려진 이 여성이 먼저 객실을 예약했고, 정형근 의원은 약 10분 후 객실로 뒤따라 들어갔습니다. 정의원은 필리핀에 거주 중인 이 여성이 한국에 올 때 사오기로 한 묵주를 받기 위해서 호텔에서 만났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호텔 객실에서 받아야 할 정도로 은밀하고 중요한 묵주가 어떤 건지 참 궁금합니다. 100개나 사오라고 한 거 봐선 그렇게 레어템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죠. 정형근 의원이 호텔 객실에서 묵주 100개로 무엇을 했는지는 아직까지 알 길이 없지만, 안기부 재직 당시 고문을 즐겨하셨던 분이니만큼 뭔가 도구를 사용하는걸 굉장히 좋아하는 분이다..라고 추정만 해봅니다.


2006년 최연희 의원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이던 최연희 의원은 동아일보 여기자를 뒤에서 껴안고 두 손으로 거칠게 만진 혐의를 받았습니다. 최의원은 "술에 취해 음식점 주인으로 착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음식점 주인이 방에 들어온 적도 없었던 건 둘째치고, 이 발언은 대한민국의 수많은 음식점 주인님들을 분노에 몰아넣게 됐습니다. 최의원은 당직에서 사퇴했고, 당시 박근혜 당 대표가 여기자에게 전화해 사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여론이 잦아들지 않자 탈당했고, 2008년 무소속으로 출마해 다시 당선됩니다. 한나라당과 최연희 의원은 복당을 위해 여러차례 간을 봤지만 워낙 분위기가 안 좋아 끝내 복당은 포기했습니다. 


2007년 정우택 의원



정우택 당시 충북지사와 이명박 당시 대선후보가 주고받았다는 대화가 화제가 됐습니다. 정우택 지사는 이명박 전 시장을 향해 "긴긴 밤 잘 보내셨습니까? 예전이었다면 관기라도 하나 넣어드렸을텐데"라고 발언했고, 이명박씨는 "어제 온게 정지사가 보낸거 아니었냐"고 화답했다고 합니다. 세월이 흘러 2012년에는 '나꼼수'에서도 정우택 지사와 관련된 폭로가 나왔는데, 당시 술자리에서 '충성주','화합주'라는 이름으로 큰 화채 그릇에 술을 붓고 돌아가면서 술을 마셨다고 합니다. 이 술에는 술집 여종업원의 음모와 입던 팬티를 집어넣었다고 해 당시 포털 사이트에서 실검 1위를 한동안 기록하기도 했지요. 열정적인 분입니다. 여전히 현역 의원으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계십니다.




2007년 이명박 대선후보



한나라당 이명박 당시 대선후보는 "마사지걸들이 있는 곳을 갈 경우 가장 얼굴이 덜 예쁜 여자를 고르는게 좋다"고 발언합니다. 일종의 인생의 지혜라는 건데, 예쁜 여자들은 이미 많은 손님들을 받지만 예쁘지 않은 여자들은 자신을 선택해준게 고마워 성심성의껏 서비스를 한다는 겁니다. 인생의 대선배다운 혜안, 아로새겨야 할 것입니다.


2010년 강용석 의원



강용석 전 의원은 홍대 근처 고깃집에서 남녀 대학생 20여명과 저녁을 먹다가 아나운서가 꿈이라는 한 여학생에게 "아나운서는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할 수 있겠느냐", "이대 이상은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못하더라"라는 발언을 했고, 청와대를 방문한 적이 있는 한 학생에게 "대통령이 너만 쳐다보더라","옆에 사모님만 없었으면 네 번호도 따갔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나라당은 강 의원을 제명했고, 의원직 제명안까지 본회의에 갔지만, 결국 부결됐습니다. 최근에는 불륜 스캔들까지 터져 '과거를 보면 미래가 보인다'는 명언을 실감하게 하는, 삶의 일관성이 있는 분입니다.


2010년 안상수 의원



안상수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여기자들과 함께 한 오찬 자리에서 "요즘은 자연산을 더 찾는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행방불명으로 군 면제를 받아 홍길동 뺨치는 신출귀몰함을 지닌 안 의원은 연평도를 찾았을 당시 불에 탄 보온병을 가지고 포탄이라고 외쳐 큰 웃음을 주시기도 했는데, 자연산 발언으로 존재감을 더 키우는데 성공하십니다. 현재 경남 창원시장입니다.


2011년 김문수 지사




김문수 당시 경기도지사는 우리의 고전 '춘향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보여줍니다. 이몽룡과 춘향이의 변치 않는 사랑 정도의 지루한 해석밖에 못하는 우매한 국민들을 위해 창의적인 해석을 내놨는데, "변 사또가 춘향이 따먹으려는 이야기 아니냐"고 발언했습니다. 아, 포커스를 그렇게 맞추니까 춘향전을 스릴러라고 할 수도 있겠더군요. 변 사또의 폭정을 비판하려는 의도였다고 해명했는데, 그 해명대로 역시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표현 멋졌습니다.


2013년 윤창중 대변인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취임한지 3개월도 되지 않아 윤창중 당시 청와대 대변인의 여대생 성추행 사건이 터집니다. 제아무리 대통령이 여자라도 당의 정체성은 잃지 않겠다는 뚝심이 돋보이는 사건이었죠. 장소는 무려 미국. 글로벌했습니다. 한 호텔에서 하의도 입지 않고 있다가 대사관 인턴 여대생의 엉덩이를 만졌다고 합니다. 청와대는 즉시 윤 대변인을 경질시키고 귀국시켰지만, 언론에서는 성추행 용의자를 도주시켰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사건은 중국 신화통신이 뽑은 '세계 8대 굴욕 사건'에 뽑히는 영예를 떨치기도 했습니다.


2014년 박희태 국회의장



박희태 당시 국회의장은 강원도 원주의 골프장에서 캐디를 성추행했다고 하는 파문에 휩싸였습니다. 사실 억울할 법도 했습니다. 박희태 의장은 여자분이 너무 귀엽고 예뻐서 나쁜 남자를 만날까봐 염려된 나머지 "예쁜데 총각들 조심하라"는 진심어린 충고로 가슴을 한 번 콕 찔렀을 뿐이라고 했거든요. 그는 딸만 둘이라 딸을 보면 귀여워서 애정의 표시를 남다르게 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저도 남다르게 귀여움을 표현하고 싶은데 좋은 가르침을 얻었습니다. 


2015년 송영근 의원



새누리당 소속 비례대표 의원은 송영근 의원은 여군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여군 하사를 성폭행한 여단장이 지난해 거의 외박을 안 나갔다고 하는데 성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 않았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전군의 지휘관들이 한 달에 한 번씩 정상적으로 나가야 할 외박을 못나가니 가정관리도 안되고, 섹스문제도 생기는 거 아니냐"고 합니다. 성폭행 문제를 남성의 성욕 조절에 실패한 군 문제로 해석하는 창의력에 많은 국민들이 탄복했습니다. 전 국민적 공감대를 받았다면 군의 지휘관들의 외박 여건이 좀 개선됐을 법도 한데, 아직 그런 얘기는 듣지 못했네요.


이외에도 정몽준 의원이 여기자의 볼을 쓰다듬은 일, 심재철 의원이 국회에서 누드사진을 본 일, 권성동 의원이 국감 중에 비키니 사진을 본 일 등이 도마에 올랐습니다만, 이거까지 얘기하면 너무 치사한 것 같아서 이 정도 하겠습니다. 언제 한 번 현대사부터 쫙 모아서 '보수정당의 진보적 여성우대도감' 하나 출간하면 역사적으로 꽤 의미가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본 콘텐츠의 주요 팩트는 '민중의 소리'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정리 감사드립니다)





공감은 로그인이 필요없으며, 더 좋은 글을 쓰라는 작은 격려입니다.

공유는 사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