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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의 영화추천

침묵하는 다수에게 경종을 울린다,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스릴러,2010

감독-장철수

주연-서영희,지성원(황금희)

 


FOR

△침묵하는 사회의 결말이 궁금한 분

△복수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고픈 분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알고싶은 분

△박찬욱 감독의 복수3부작 좋아하는 분

 


NOT FOR

△잔인하고 피튀는 화면 못보는 분

△침묵하는 다수의 편에 서고 싶은 분

△반전 스릴러 기대자

△시골은 다 평화로운줄 아는 분

 

 

1. 데이트 폭력, 그리고 세모자 사건

최근 데이트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지난해 경찰청 추산 최소 6,774명이 데이트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매일 18명은 데이트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죠.헤어지자는 말에 여자친구를 목졸라 살해하고 암매장하고, 엘리베이터에 가두고 불을 지르고,교제를 반대한다고 여자친구의 어머니를 살해하는 사건 등.


가정폭력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게 한 이른바 '세모자 성폭행 사건'이 그것인데, 아버지에게 십 수년간 성폭행과 성매매를 강요받아 왔다는 엄마와 두 아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도 다뤄질 예정이죠. 

(사기극이라는 씁쓸한 결론이 날 것 같습니다만...)

 

2.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

얼마 전엔 평화로운 경북 상주에서 온국민의 눈을 휘둥그레하게 한 '농약 사이다'사건이 발생했습니다.마을회관에서 농약이 든 사이다를 먹고 2명이 숨지고 3명이 중태에 빠지고,유일하게 사이다를 마시지 않은 80대 할머니가 용의자로 지목됐습니다.

 

이 모든 사건을 하나로 아우르는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바로 한국 스릴러계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입니다.

 

부천국제영화제 작품상 수상작이자, 김복남 역을 맡은 주연배우 서영희의 신들린 연기로 화제가 된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서울에서 은행원으로 일하는 해원(지성원)은 홍대에서 폭행살인을 당한 한 여성을 목격하지만 보복이 두렵고 골치아프게 휘말리는게 싫어 구체적 증언을 거부합니다.불안한 마음을 달래고자 고향인 우도로 휴가를 가 어릴 때 친구 복남을 만납니다.복남은 남편에게 매일같이 폭행당하고,시동생에게 성적인 학대를 당합니다.마을 할머니들은 모두 그 사실을 묵인합니다.어떤 큰 사건이 발생하고,복남은 모두의 외면 속에 해원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그마저도 외면당합니다. 결국, 복남의 처절한 복수가 시작됩니다.

 

 

복남의 복수는 정말 잔인하지만 관객은 눈을 감지 않습니다. 오히려 응원하고 격려하며 박수를 보냅니다.무지막지한 폭력에 방치되던 복남의 광기어린 복수가 통쾌합니다. 이 영화는 약자를 계속해서 외면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은유적으로 보여줍니다. <브이 포 벤데타>에서 V가 국민들에게 '세상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당신은 뭘 했느냐'고 물었던 것처럼 뜨끔해집니다.


현대 사회는 누군가를 돕고도 욕먹는다며 외면하는 것이 습관이 된 세상입니다. 해원의 모습은 오늘의 도시를 살아가는 우리의 정확한 모습입니다.세모자 사건은 10년 넘게 성적 학대를 당하던 엄마와 자녀들이 세상의 외면을 참지 못하고 뛰쳐나온 사건이며,수많은 데이트 폭력은 '아는 사이의 사랑놀음' 정도로 치부하는 주변 사람들의 외면이 낳고 있는 결과입니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이 극도로 치닫는 잘 만든 오락영화이면서도, 침묵하고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무거운 경종을 울리는 의미있는 작품입니다.누군가의 절실한 호소를 외면하지 말아야겠다는 자각이 들게 하는, 정말 당장 오늘의 우리를 향해 "쌩까지 말고 살자"고 호소하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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