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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의 영화추천

아메리칸 뷰티(American Beauty)-당신,지금 행복하세요?

아메리칸 뷰티(American Beauty),1999

감독-샘 멘데스

주연-케빈 스페이시,아네트 베닝,도라 버치,미나 수바리


FOR

> 무기력증에 빠진 직장인

> 아카데미 작품상의 기준이 궁금한 분

> 미국 가족들은 다 쿨한줄 아는 분

> 케빈 스페이시 입문자


NOT FOR

> 화목한 가정의 가장

> 매사에 파이팅 넘치는 분

> 가족코미디인줄 알고 보려는 분

> '미국 미녀'검색하고 들어온 분






20세기의 마지막 명작이라 일컬어지는 <아메리칸 뷰티>입니다.

아카데미 시상식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최우수작품상,감독상,남우주연상,각본상,촬영상 5개 부문을 휩쓸었고,

오스카 뿐만 아니라 주요 시상식 총 160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89개의 상을 받은 명실공히 최고의 영화.



 


케빈 스페이시가 전세계에 존재감을 알렸던 것은 역시 <유주얼 서스펙트>였지만,

그를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배우로 격상시킨 작품은 누가 뭐래도 <아메리칸 뷰티>의 러스터 역할일 겁니다.

<러브 어페어>의 사랑스러운 여인에서 삶에 찌든 워킹맘, 캐롤린으로 변신한 아네트 베닝도 최고의 연기를 선보입니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지만, 아깝게 후보에 만족해야했죠.


러스터의 딸, 제인이 아빠를 죽여달라고 말하는 도발적인 캠코더 영상이 지나가고 러스터의 나레이션으로 영화는 시작합니다.

넷플릭스의 히트작 <하우스 오브 카드>도 주로 나레이션으로 끌어가는데, 

모르긴 해도 제작진도 <아메리칸 뷰티>에서 케빈 스페이시가 나레이션했던 모습을 연상하고 집필을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오늘은 네 남은 인생의 첫 날이다."라는 명대사는 지금까지도 유명하지만,

사실 영화의 진짜 메시지는 마지막 나레이션에 있습니다. 명언이 막 쏟아집니다.

왜 제목이 아메리칸 뷰티인지도 그 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하간...




 

무기력증에 빠진 가장, 러스터.

아내와 딸에게 무능한 가장으로 낙인찍히고 하루 한 번 샤워할 때 자위하는걸 유일한 낙으로 살아가는 가엾은 중년입니다.

무시만 당하고 살아가던 그는 제인의 친구, 리키가 아무렇지 않게 아르바이트를 관두는 것을 보고 큰 감명을 받습니다.

회사의 정리해고 대상이 되어 전전긍긍하던 그는 하루아침에 사표를 내고,새 차를 삽니다.


아내의 구박에도 당당해집니다. 

소위 '살짝 미칩니다'.

딸의 친구에게 성적 매력을 느껴 운동을 시작하고, 패스트푸드점 알바를 하지만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삶에 지쳐가던 아내 캐롤린도 마찬가집니다.남편은 무능해서 꼴보기도 싫고, 딸도 힘든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습니다.

동종 업계에서 잘 나가는 버디와의 불륜을 통해 위로받지만,삶이 팍팍한건 바뀌지 않습니다.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러스터가 회사를 쿨하게 관두고 자신의 삶을 멋대로 살아가는걸 보며 관객은 대리만족을 느낍니다.

그러나 영화는 러스터가 행복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캐롤린도,제인도, 각자 '멋대로' 살아가면서 무너지는 가정을 건조하게 바라봅니다.


딸 친구가 "가슴팍만 키우면 당장 해줄텐데"하는 소리를 듣고 미친듯이 벌크업을 하는 러스터의 모습이나,

아들이 게이인줄 오해하는 옆집 남자 프랭크의 모습 등을 보면 그 엉뚱한 유머러스함에 미소가 나오지만, 

그 미소마저도 씁쓸하게 느껴집니다.


<아메리칸 뷰티>는 막장 가족의 막장 드라마가 아닙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실.제.의. 중산층이 무너지는 모습을 그린 살아있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우리 가족은 안 그래, 저건 너무 심하잖아 할 수도 있지만.

러스터의 "우리 결혼은 쇼예요"라는 대사처럼, 곪아가는 문제를 외면하고 살아가는 가족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이 영화는 오늘날의 가정을 비판하는 영화라기보다는,

그런 모습을 드러냄으로서 오히려 어른들을 위로하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고나면 사실 좀 슬픕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삶의 의미'에 대해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합니다.


딸의 친구 안젤라가 러스터에게 "아저씨는 행복하신가요?"라는 질문에 

눈시울이 시뻘개진 러스터가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질문이구나" 대답하는 장면은,

삶에 지치고 꿈을 잃은 모든 이들에게 묻는 감독의 질문일지 모릅니다.




▲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했던 그 장면, 안젤라 역의 <미나 수바리>


지금, 행복하신가요?

당신을 위한 진짜 행복이 뭔지 질문하는 영화, <아메리칸 뷰티>였습니다.


덤으로, 많은 청년들에게 위로와 힘이 됐던 케빈 스페이시의 한 강연 영상을 첨부합니다. 짧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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