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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의 영화추천

가장 따뜻한 색,블루-평범한 사랑의 평범한 끝을 말하다

 
가장 따뜻한 색,블루
Blue is the warmest color,2013,프랑스
감독-압델라티프 케시시
주연-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레아 세이두

 
 
FOR
> 현실적 사랑이야기 각개격파중인 분
> 놓친 사랑에 대한 후회가 남은 분
> 3시간의 여유가 있는 분
> 여성 간 성행위에 거부감이 없는 분

 
NOT FOR
> 성적 정체성이 영화의 주제인줄 아는 분
> 플라토닉 러브 추구자
> 해피엔딩 아니면 불쾌한 분
퀴어포비아(특히 레즈비언)
 
 

 
2013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가장 따뜻한 색,블루>입니다.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장 빨리
매진된 작품이며, 로튼토마토에서 90% 이상의 지수를 확보해 대중과 평단의 극찬을 동시에 받은 작품이지요.
이런 류(?)의 작품이 늘 그러하듯, 국내 관객 수는 5만 명 남짓만 들어오며 흥행에는 참패합니다.
 
물론 어떤 극적인 전개가 없는 성소수자들의 사랑이야기를 가지고 흥행 여부를 논한다는 자체가 참 공허한
이야기긴 해요.상영시간만 무려 3시간이니 애초에 '볼 사람만 보거라' 마음먹고 만든 영화입니다.

 
얼마전 시청 광장에서 열린 퀴어퍼레이드가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성대하게 치러졌습니다.
보수적인 한국 정서상 열릴 때마다 큰 논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의하느냐 아니냐를 떠나 마치 그들을 '환자'나 '범죄자' 취급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성소수자 분들에 대한 편견은 없으나 이해는 못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가장 따뜻한 색,블루>는 레즈비언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
그저 주인공이 레즈비언인 '평범한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작품을 보고 '아, 동성연애도 엄연한 사랑이야, 인정해야지'라든가,
'마이너라는건 정말 슬픈 일이야, 아 안됐어'라든가,
'나도 성적 정체성 때문에 힘든데 이해가 된다' 따위의 생각은 전혀 들지 않을 겁니다.

 
그런 얘기가 아.니.라.

 
하나의 사랑이 시작하고 끝나는 과정을 3시간동안 묵직하고 안타깝게 그려냅니다.
음식을 먹는 아델의 자세와 섹스를 연결시키는 연출 기법이나,
파란색 머리를 하고 있던 엠마가 금발로 바꾸면서 과거와 미래를 표현하는 방식 등이 많은 찬사를 받지만,
한 명의 평범한 관객에게 느껴지는 <가장 따뜻한 색,블루>는 성장과 섹스,이별과 인정이 이어지는 사랑의
전형적인 그림으로 와닿았습니다.

감독이 반해 주인공의 이름까지 배우의 이름으로 바꿔버리게 만든 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
1993년생인 이 어린 여배우는 성적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고등학생,성인이 된 후 외로움과 공허함에 힘겨워하는 20대의 연기를 너무나 아름답고 안타깝게 잘 표현했습니다.(무엇보다 몸이 너무 예쁨...하)
아델이 반한 파란색의 그녀, 엠마 역할의 레아 세이두. <그랜드 부다페스트호텔>,<미드나잇 인 파리>를 먼저 봤던
저는 그녀의 강력한 존재감에 새삼 놀랐습니다. 괜히 22대 본드걸이 된게 아니다 싶습니다.
 
 
▲ 엠마 역의 레아 세이두(右)는 22대 본드걸로 뽑혀 가을에 개봉하는 <007 스펙터>에서 관객들을 만납니다.

 
사실 이 작품은 배우들의 시선처리와 대화로 3시간을 채우는 영화입니다.조금 길다 싶은 섹스신조차도 몸으로
전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수많은 암시와 복선이 지나가지만 어설프게 손상을 가할까 걱정되어 그냥 두고 싶습니다.

 
성소수자의 사랑 이야기가 아닌, 누구나 겪는 사랑과 아픔을 아리게 그린 <가장 따뜻한 색,블루>.
기회가 되면 몇 번을 다시 보고 다시 써 보고 싶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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