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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의 영화추천

조제,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가장 보통의 연애

 

조제,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ジョゼと虎と魚たち,드라마,일본,2003

 

감독-이누도 잇신

 

주연-츠마부키 사토시,이케와키 치즈루


FOR

△평범한 이별을 경험해본 누구나

△사랑의 보폭을 맞추고픈 연인

△남녀가 다른 연애스타일의 좋은 예

△15세 영화에서 19금 장면 찾는 분


NOT FOR

△장애를 극복하는 휴먼드라마 찾는 분

△기승전결 뚜렷한 작품 좋아하는 분

△장애인에 대한 편견 없이 영화 볼 자신없는 분

△대부분의 청소년




 

오랫동안 미뤄뒀던 <조제,호랑이,그리고 물고기들>입니다.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와 더불어 필수 관람 일본영화로 손꼽히는 작품.

분명히 개인적으로 좋아할 영화임에 틀림없는데,왠지 망설여졌던 관람.

역시나 먹먹함이 많이 남습니다.


(결말을 알고 있으시다고 생각하고 쓸 수밖에 없는 점 죄송합니다.)


이 작품을 대부분의 청소년에게 권하지 않은 이유는 15세 관람가인데 19금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 아닙니다.

자칫 바람둥이 남자가 장애인 여자에게 장난치는 영화로 오해할까 걱정되는 마음도 있었고,

아직은 사랑에 대한 환상이나 긍정적 시선을 거두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였습니다.

그렇다고 염세적인 영화는 아닙니다.누구나 겪는 사랑이라는 화두를 참 섬세하게 그렸지만,

사랑이 끝나는 모습을 아프도록 솔직히 그리는 연출에 불편함을 느낄 수는 있습니다.


 




남자주인공 츠네오는 썸을 타던 '객관적 미녀' 카네오를 뒤로 하고 썩 예쁘지도 않고 걷지도 못하는 조제를 사랑합니다.

노리코와 섹스파트너이며,순진한 카네오를 꼬시는(?) 츠네오가 조제를 사랑한다고 하는 모습에서 사람들은 '바람둥이 XX가 장애인 여자에게 호기심을 느껴서 책임지지도 못할 장난을 쳤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습니다만,


결론적으로 츠네오는 조제를 진심으로 사랑했습니다.





카네오를 떠나 조제에게로 간 츠네오가 1년간 조제 곁에 있었던 모습,

조제를 잊으려고 노력하다가 둘의 추억을 일깨우는 후배의 등장에 만취한 채 폭행하는 모습. 

바람둥이의 치기어린 장난으로 볼 수는 없는 모습들이죠.


츠네오는 조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합니다.걷지 못하는건 츠네오에게 전혀 고려사항이 아닙니다.

책에 탐닉하고 호기심 많은 모습,훌륭한 요리실력을 가진 모습,시큰둥한척 하면서 카네오를 질투하는 모습.동정심이 개입될 수는 있을지언정 츠네오에게 조제는 매력적인 여성으로 다가옵니다. '불쌍해서' 1년을 사랑하고,'불쌍해서' 충성된 여자를 떠나고, '불쌍해서' 후배를 이유없이 때릴 이유가 없어요.


<워터보이즈>를 통해 스타로 급부상한 츠마부키 사토시의 캐릭터는 츠네오와 참 잘 어울립니다.

 

츠네오에 대한 변론을 이 정도 했다면, 물을 수 있겠죠.

그렇게 사랑했다면, 왜 떠나는가.

 

장애인 여자친구를 집에 소개시키기 부끄러웠다거나,방어기제 가득하고 제멋대로인 조제에 지쳤다거나,

떠났던 카네오가 새삼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거나.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냥. 사랑이 끝난 겁니다.

서로에게 더 이상 '쉼'이 될 수 없게 되었음을 알아버립니다.


츠네오도 솔직하고 담담하게 고백합니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도망쳤다"고.


분명히 사랑이 끝났고 차분히 서로 이별을 고했지만, 츠네오는 오열합니다.

조제에 대한 염려도 있을 것이고,지난 추억의 무게감이 츠네오를 짓눌렀을 수도 있습니다.

이별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집을 깨끗이 청소하고 일상으로 돌아간 조제는 참 차분해 보이지만,

문득문득 츠네오를 떠올리며 시린 가슴을 매만질 것입니다.


사랑은 끝나도 추억은 끝나지 않습니다.

친구로도 다시 만날 수 없을 사랑을 한 두 사람은 이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것이고,

분명히 한결 성숙한 연애를 해나갈 테지만,

이별의 아련함은 아주 오래 남을겁니다.





수많은 남녀들이 지쳐가는 하나의 공식처럼 두 사람은 헤어집니다.

츠네오가 좀 더 인내력이 강했다면 어땠을까.

조제가 조금만 더 츠네오를 배려했다면 어땠을까.

하나의 연애가 끝나면 늘 우리는 무의미한 가정을 해보게 되는데,

두 사람은 결국 '다른' 두 사람을 만나 좀 더 성숙한 사랑을 하게 되겠지요.


사랑의 본질을 '이기심'으로 바라본 현실감,

그리고 두 청춘의 먹먹한 성장을 그린 <조제,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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