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포스트와 다음카카오 브런치에 대한 이른 걱정

네이버 포스트가 정식 오픈을 눈 앞에 두고 있고, 다음카카오는 플레인과 브런치를 연달아 오픈하며

본격적인 콘텐츠 비즈니스 경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텍스트 위주의 콘텐츠에 피로감을 느끼고, 선택장애에 시달리는 한국 유저들에게 재미있고 유용한 콘텐츠를 보기좋게 정리해서 전달하는 방식으로 주요 포털 사이트의 방향이 바뀌고 있죠.국내에서 피키캐스트가 열풍을 일으키고, 해외에서는 버즈피드, 허핑턴포스트가 주력 매체로 자리잡는 모습을 보며 네이버나 다음 역시 콘텐츠 큐레이션 사업이 앞으로의 핵심 방향이라고 여기는듯 합니다.

 

 

뭐, 좋습니다.싫증을 잘 느끼고 쓸데없는 정보가 넘쳐나는 한국 인터넷 시장에서 방향성을 그렇게 잡는건 틀린

선택은 아닐 겁니다.그런데 정작,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꾸미고 제공하는 생산자들을 위한 고민은 과연 하고

있을지, 미리 걱정이 됩니다. 네이버 블로그의 유일한 수익모델인 애드포스트는 사실상 생산자들에게 거의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블로그에서 어떤 산업이 뜬다 그러면, 핵심 키워드들은 메인 화면에서 노출을 막고 파워링크를 통해 광고를

해야만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폐쇄성에 지친 생산자들이 티스토리로 떠나기 시작한 핵심 이유입니다.


티스토리는 구글 애드센스를 붙일 수 있고, 이용자들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부여하면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브런치와 플레인이 오픈하고 나서, 카카오 채널 메인에서 티스토리의 콘텐츠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브런치나 플레인은 네이버 블로그처럼 철저하게 다음카카오 플랫폼 안에서만 움직일 수 있게 구성될 것 같습니다.

(카카오의 창업주는 네이버의 공동 창업주입니다) 앞으로 브런치나 플레인에서 나올 좋은 콘텐츠는 이 곳을 벗어나면

볼 수 없게 될지 모른다는 걱정은 여기서 비롯됩니다. 네이버 포스트는 뭐, 말할 것도 없죠. 이게 왜 문제냐면,

네이버나 다음카카오나 어떻게 하면 사용자들에게 예쁘게 보일까, 그들이 오래 쓰게 할까에만 집중하고 있고,

어떻게 하면 독창적이고 훌륭한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나오게 할까에 대한 고민은 없어 보인다는 겁니다.

콘텐츠 생산자들이 모두 시간이 남아돌아서 좋은 글을 쓰는게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 도움을 받으면 기쁜

일이지만, 실질적인 도움이 되어야 창작 의욕이 꺾이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생산자들이 좋은 콘텐츠를 써서 그들이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게 할까를 고민한 흔적은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네이버 포스트는 블로그에 비해 꽤 타이트한

이용 약관을 내세웠습니다. 홍보로 더러워지는 공간을 만들지 않겠다는 거죠. 그 의도는 알겠는데, 깨끗하게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정당한 수익모델도 만들어 주어야지요. 그들의 공간을 더 멋있고, 더 힘있게 만드는 주인공들인데.

만약 지금의 구조가 계속 유지된다면, 기업들이 자신을 알리기 위해 '가공된 멋진' 콘텐츠들과, 극히 실용적인 글쓰기만

하는 일부 작가들만 살아남게 될겁니다. 결국 지금의 네이버 블로그 꼴이 되고 말겁니다.

분명히 블로그를 통해 사업도 번창하고, 인생이 바뀐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건 인생역전을 하는 일부를

만드는게 아니라, 소소하지만 정당한 대가를 받는 대부분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혹시, 플랫폼도 열어주고 좋은 툴도 만들어줬는데 적선까지 해야 해? 라고 생각할까요. 구글이 없었다면 위키피디아,

핀터레스트, 심지어 페이스북도 없었을 것이라는 말이 있지요. 최악의 검색 품질로 비난받으면서도 독점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네이버에 대한 대안이 다음이 되어주길 간절히 바란 때가 있었습니다.

만약에 다음카카오가 네이버를 정말 이기는 날이 왔을 때, 정작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게 될까봐,

조금 걱정이 됩니다. 저도 네이버 블로그에서 글을 쓰고, 포스트를 발행하고, 티스토리를 운영합니다. 

절대 이 플랫폼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에 작은 자괴감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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